<앵커>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지만, 가전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재고는 늘고 원가도 올라가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인데요.
큰 폭의 할인을 기대하고 매장을 찾았던 소비자들도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양현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삼성전자의 85인치 NEO(네오) QLED TV입니다. 매장 판매가는 473만 원이지만 월드컵 할인행사로 310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LG전자도 주력 상품인 77인치 OLED 제품을 최대 150만 원 할인하는 판촉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법 한데 막상 할인폭은 크지 않습니다.
[윤은상 / 서울 강서구: 오늘은 TV를 좀 보려고 왔다가 가격이 너무 좀 (생각보다 비싸서) 다른 걸 보려고요. 구매가 망설여지는 건 사실입니다.]
계속된 수요 부진에 제품 원가마저 크게 올라 할인 폭을 극적으로 크게 잡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 결국 발길을 돌립니다.
[임유주 / 서울 관악구: 요즘 경제도 안 좋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가격이 할인된다고 해도 지켜보고 사고 싶어서 구경만 하고 가려고 해요.]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재고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1%, 13% 증가했습니다.
쌓이는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동률은 80% 가까이 혹은 더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내년 상황은 더 복잡합니다.
경기침체로 제품은 안 팔리는데 원자잿값이 올라 제품가격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김이권 / H&A경영관리담당 상무(2022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중): 시장·수요·재고를 포함한 전체적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지불 가치를 책정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가전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가격 인상 시도를 지속할 예정입니다.]
연말 월드컵과 블랙프라이데이 특수가 실종된 가운데 가전 시장 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더 자세한 내용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연말에 가전 제품 판매가 좀 늘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한 상황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여름까지만 해도 연말 월드컵과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행사로 수요가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경기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국내 가전업체의 실적이 나아지지 않은 건데요.
연말로 가면서 그래도 계절적 수요 증가와 할인행사로 판매량 증가는 소폭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세를 바꿀 만큼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거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즉 매출은 소폭 늘 수 있지만 수익성은 악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2분기 연속 전자를 기록하는 있는 LG전자 TV 담당 HE사업본부는 4분기에 적자 폭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도 같은 시기 전체 가전 영업이익에선 흑자를 기록하겠지만 TV를 담당하는 VD 사업부는 이미 3분기부터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 할인행사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리포트를 보니 그렇지 못 한 모습인데요.
<기자> 기업들도 월드컵 할인 등 여러 이벤트를 펼치곤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직접 가전제품 판매 매장에 가서 영업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요.
월드컵이 있다고 해서 올해 딱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전업계 호황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실제 본사 관계자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TV로 본다면 현재 삼성 NEO QLED 75인치와 LG OLED 77인치 상품이 주력 모델인데, 사은품, 캐시백 등을 포함해 최대 100~150만 원 정도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고 처리를 위해 일부 전시상품은 할인폭을 더 크게 늘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방금 말씀드린 TV들도 할인을 적용해도 수백만 원대 제품들입니다. 지갑을 열기엔 너무 비싸다는 소비심리 탓에 리포트에서 보신 것과 같은 소비자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의 말을 들어보니 월드컵 덕분에 그나마 TV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가전제품 매장 특성상 주말에 소비자가 많은데 TV 외에 다른 가전은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TV 사업부 적자라는데, TV 보다 인기 없는 품목이 더 많다고요.
<기자> 코로나19 특수로 지난해 국내 가전 총매출은 32조 5천억 원을 기록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신제품으로 교체한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죠.
여기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올해 국내에선 전체 가전매출 역성장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전통적으로 4분기 생활가전 비수기이기도 하고요. 그나마 연말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하는 미국 등 수출 시장에서는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수익성이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제품 생산 비용까지 올라가서 기업들의 매출원가율도 지속 상승했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조차 불가능한 시점으로 판단됩니다.
기업들은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해 신사업조차 중단하는 실정인데요. 효과가 확실하지 않은 마케팅에 비용을 지출하기 어려운 거죠.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4분기 TV를 제외한 생활가전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 LG전자 둘 다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에 기대를 걸 만한 건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입니다. 시장파이가 회복돼야 업체간 가격인하 경쟁이 줄어들어 수익성 확보도 가능해집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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